티스토리 뷰

운동을 하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근육을 키우고 싶다면 유산소를 하지 마라.”

“러닝을 많이 하면 근손실이 온다.”

반대로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도 나옵니다.

“웨이트를 너무 많이 하면 몸이 무거워져서 달리기에 불리하다.”

과연 무엇이 맞는 이야기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두 주장 모두 어느 정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게 “유산소는 근손실”, “웨이트는 러닝 방해”로 이해할 문제는 아닙니다.

이 현상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인터피어런스 효과입니다.

인터피어런스 효과는 쉽게 말해, 서로 다른 운동 적응이 동시에 일어날 때 한쪽의 발전이 일부 제한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인터피어런스 효과란 무엇인가

인터피어런스 효과는 근력운동과 지구력운동을 함께 수행할 때 자주 언급됩니다.

근력운동은 근육의 크기와 힘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몸을 적응시킵니다. 반면 장거리 러닝이나 사이클 같은 지구력운동은 심폐능력 향상과 에너지 효율 개선을 목표로 합니다.

둘 다 건강에 긍정적인 운동입니다. 문제는 최고 수준의 성과를 동시에 추구할 때입니다.

근육을 크게 만들기 위한 적응과, 오래 달리기 위한 적응은 완전히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이때 한쪽의 발전 속도가 일부 감소하거나 제한될 수 있는데, 이것이 인터피어런스 효과의 핵심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인터피어런스 효과의 원인은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과거에는 근성장과 관련된 mTOR 경로, 지구력 적응과 관련된 AMPK 경로의 충돌이 자주 언급되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근육을 키우려는 신호와 지구력을 높이려는 신호가 동시에 강하게 들어올 때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더 단순한 문제가 크게 작용합니다. 바로 훈련량 과다와 회복 부족입니다.

예를 들어 하체 웨이트트레이닝을 강하게 수행한 뒤, 장시간 러닝까지 반복한다면 근육은 성장하기 전에 먼저 회복 문제에 부딪히게 됩니다.

결국 인터피어런스 효과는 단순히 “유산소를 했기 때문에 근육이 빠진다”는 개념이 아닙니다. 오히려 과도한 훈련량, 부족한 회복, 서로 다른 적응 방향이 함께 작용하는 현상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부터 문제가 될까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유산소가 근성장을 방해한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정작 어느 정도부터 문제가 되는지는 잘 설명되지 않습니다.

먼저 전제부터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인터피어런스 효과가 나타나는 정확한 기준은 아직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개인의 운동 경력, 회복 능력, 수면, 영양 상태, 운동 강도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다만 연구와 현장 경험을 종합하면 대략적인 경향은 말할 수 있습니다.

큰 문제가 되기 어려운 수준

웨이트트레이닝 주 3 ~ 5회

유산소 주 2 ~ 3회

회당 20 ~ 30분 정도

이 정도라면 대부분의 일반 운동인에게 인터피어런스 효과는 크게 걱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영향 가능성이 커지는 수준

유산소 주 4 ~ 6회 이상

회당 40 ~ 60분 이상

주당 러닝거리 30 ~ 50km 이상

이 정도부터는 근비대와 근력 향상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하프마라톤, 마라톤, 철인3종처럼 장거리 지구력 종목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수준이라면 근성장 최적화와 충돌할 가능성은 더 커집니다.

즉, 헬스장에서 웨이트 후 러닝머신 20분 정도를 타는 수준과 마라톤 훈련은 완전히 다르게 봐야 합니다.

모든 러닝이 같은 것은 아니다

러닝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운동은 아닙니다.

단거리 스프린트와 장거리 러닝은 몸이 요구받는 능력 자체가 다릅니다.

100m 달리기, 언덕 질주, 짧은 전력질주 같은 스프린트 훈련은 폭발적인 힘을 필요로 합니다. 빠른 근섬유를 많이 사용하고, 신경계의 동원 능력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스프린트는 웨이트트레이닝과 적응 방향이 상당 부분 겹칩니다. 실제로 스프린터들의 체형을 보면 강한 하체와 둔근, 햄스트링 발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5km, 10km, 하프마라톤, 마라톤 같은 장거리 러닝은 심폐지구력과 에너지 효율이 핵심입니다.

체중이 가볍고 오래 버틸 수 있는 몸이 유리하기 때문에, 근비대를 최우선으로 하는 훈련과는 일부 충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터피어런스 효과를 이야기할 때 핵심은 “러닝을 하느냐”가 아닙니다. 어떤 러닝을, 얼마나 자주, 어느 정도 강도로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웨이트트레이닝도 종류에 따라 다르다

웨이트트레이닝 역시 하나의 형태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보디빌딩식 훈련은 근육 크기 증가를 목표로 합니다. 높은 볼륨, 많은 세트 수, 실패지점에 가까운 반복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방식은 근육에 큰 피로를 남기고 회복 자원을 많이 요구합니다. 특히 하체 근비대를 목표로 하는 사람이 장거리 러닝까지 자주 병행하면 근성장 효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파워리프팅식 훈련은 최대근력 향상을 목표로 합니다. 높은 중량을 사용하지만 반복 수와 총 볼륨은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신경계 피로는 크지만, 보디빌딩식 고볼륨 훈련보다 근육 손상과 대사적 피로가 적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적절한 수준의 유산소와 병행이 가능한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파워리프팅 역시 마라톤 훈련처럼 장거리 지구력 운동량이 크게 늘어나면 최대근력 향상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실 인터피어런스 효과는 단순히 “웨이트 vs 유산소”의 문제가 아닙니다. 더 정확히는 “근비대 최적화 vs 장거리 지구력 최적화”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크로스핏과 하이록스, 하이브리드 트레이닝의 관점

최근에는 근력과 지구력을 동시에 발전시키려는 하이브리드 트레이닝이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크로스핏과 하이록스입니다.

크로스핏은 웨이트트레이닝, 역도, 체조, 유산소 운동을 함께 수행합니다. 근육 크기만 극대화하는 것도 아니고, 마라톤 선수처럼 지구력만 추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대신 다양한 체력 요소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하이록스 역시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입니다. 하이록스는 1km 러닝과 기능성 운동을 반복하는 구조로 진행됩니다.

슬레드 푸시, 슬레드 풀, 로잉, 버피 브로드점프, 파머스 캐리, 샌드백 런지, 월볼 등이 포함되며, 근력과 심폐지구력이 모두 필요합니다.

이런 운동들은 인터피어런스 효과를 완전히 피하려는 방식이 아닙니다. 오히려 일정 수준의 인터피어런스 효과를 감수하면서, 여러 능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즉, 크로스핏과 하이록스는 보디빌딩처럼 근비대 하나를 최적화하는 운동도 아니고, 마라톤처럼 지구력 하나를 최적화하는 운동도 아닙니다.

목표 자체가 다릅니다.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인터피어런스 효과는 무조건 피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운동 목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여야 할 특성일 수 있습니다.

유산소만 근성장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피어런스 효과를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효과는 유산소가 근성장을 방해하는 현상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과도한 근력훈련 역시 지구력 향상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보디빌더가 마라톤 선수처럼 달리기 어려운 이유, 마라톤 선수가 파워리프터처럼 무거운 중량을 들기 어려운 이유도 같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몸은 모든 능력을 동시에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키기보다, 가장 강하게 요구받는 방향에 맞춰 적응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어떤 운동이 좋고 나쁘냐가 아닙니다. 어떤 목표를 가장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입니다.

결론

인터피어런스 효과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유산소를 하면 근육이 사라진다”는 단순한 개념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헬스장 회원이 수행하는 20 ~ 30분 정도의 유산소 운동은 인터피어런스 효과를 걱정할 수준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히려 심폐능력 향상, 체지방 관리, 건강 증진이라는 이점이 더 클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상황은 근비대 훈련과 장거리 지구력 훈련을 모두 높은 수준으로 수행하려는 경우에 가깝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유산소를 할지 말지가 아닙니다.

내가 근육 크기를 최우선으로 할 것인지, 러닝 기록을 최우선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크로스핏이나 하이록스처럼 여러 능력을 함께 발전시키고 싶은지 결정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운동에는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목표가 달라지면 훈련 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그리고 몸은 언제나 가장 강하게 요구받는 방향으로 적응합니다.

참고문헌

Hickson RC. Interference of strength development by simultaneously training for strength and endurance. European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1980.

Wilson JM et al. Concurrent Training: A Meta-Analysis Examining Interference of Aerobic and Resistance Exercises. Journal of Strength and Conditioning Research. 2012.

Fyfe JJ, Bishop DJ, Stepto NK. Interference between concurrent resistance and endurance exercise: molecular bases and the role of individual training variables. Sports Medicine. 2014.